내가 ThinkPad를 좋아하는 이유
이 포스트는 글쓴이의 생각을 적었다. 잘못된 내용의 지적이나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한 건설적인 댓글은 문제삼지 않으나, 무조건적인 비난, 비아냥은 문제를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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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Pad(이하 TP)는 1992년 미국 IBM에서 만든 노트북 브랜드이고, 2005년 중국 Lenovo에 인수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나는 2018년에 첫 TP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나의 TP입문 자체가 대단히 늦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TP의 매력에 푹 빠져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똑같은 노트북을 몇 대씩이나 수집하는 취미가 생기고야 말았다.
IBM시절의 TP는 현 PC플랫폼을 만든 원조집에서 고급스러운 마감과 최첨단 기술을 대폭 적용한 노트북이라는 특징이 있었으며, 가격 또한 그에 걸맞게 대단히 비싼 노트북이었다. 이러다 Lenovo로 브랜드 소유권이 넘어오며 상황은 바뀌게 되었다. 과거의 프리미엄 브랜드보다는 현재 판매중인 노트북들보다 조금 좋은 수준의 노트북으로 이미지가 하락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오래전부터 TP를 사용해온 올드 유저들의 경우에는 지금 나오는 TP를 한심한(...) 노트북으로 보고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까지 심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 나오는 TP는 경량화를 위해 과거 나온 모델들보다 여러 부분에서 너프를 먹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제조사에서 나오는 노트북들보다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TP만을 고집하고, TP의 장점에 대해 간단히 작성해보려고 한다.
1. 좋은 키보드
내가 어릴 때 느꼈던 TP는 "키보드 좋은 노트북"이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좋은 키보드"라고 함은 단순히 키감이 좋다는 것 이외에도 키보드 레이아웃이 좋다는 의미가 추가되어 있기도 하다.
우선적으로 키감만을 놓고 보자면 타 제조사 노트북보다 좋다. TP의 키보드는 타 제조사의 노트북의 키보드보다 스트로크 자체도 높고 키캡의 모양 또한 손에 착 감기게끔 곡선이 있어 타이핑이 상당히 편안하다. 다른 노트북들의 키보드는 바닥을 치는 느낌이 든다면, TP의 키보드는 쫄깃함이 느껴진다고 표현을 하면 되려나? 물론 최신모델에서는 스트로크 자체가 낮아져 키감이 예전 모델들보다는 많이 못하지만, 그래도 타사 노트북보다는 낫다.
다음으로는 레이아웃이다. 타사 노트북의 키보드를 볼 경우 Home, End, Insert, Delete, PgUp, PgDown 이 키들을 Fn키 조합 없이 쓸 수 있는 노트북이 거의 없다. 반면 TP의 키보드는 이들을 전부 Fn키 조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노트북이다. 물론 경량화가 많이 된 12~13인치급 모델의 경우 End와 Insert가 합쳐져 Fn키를 조합해서 사용해야 하지만, 14인치급 이상 모델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또한 방향키의 경우도 온전한 ㅗ모양 형태로 되어있어 오조작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방향키를 이상하게 만드는 노트북들이 상당한 것을 생각하면 이는 엄청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2. 쉬운 유지보수
TP에서는 제품 공식 홈페이지에 HMM을 제공한다. HMM이란 Hardware Maintenance Manual의 약자로, 노트북을 유지보수하는 방법이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적혀있는 매뉴얼이다. 뭐 말이 좋아 유지보수지 노트북의 분해 및 조립에 관한 매뉴얼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것이 단순 PDF형태의 파일로만 제공되는 것이 아닌 제조사 공식적으로 분해조립 가이드 영상을 제공하여 개인이 부품만 구할 수 있다면 집에서 직접 자가수리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자 그럼 부품은 쉽게 구할 수 있냐고? 놀랍게도 그렇다. TP의 각 부품에는 FRU코드가 붙어있다. FRU란 Field Replaceable Unit의 약자로, 일종의 부품 코드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공식적으로는 Lenovo의 공식 부품 구입 페이지에서, 비공식적으로는 이베이나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부품을 구입할 수 있다. 작게는 키보드 모듈부터 시작해서 A/B/C/D커버 유닛들,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과 같은 부품까지 모두 구할 수 있다. 타사 노트북의 경우 출시된지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될 경우 부품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기에 오래 사용하다 고장이 날 경우 수리가 불가능할 수도 있는 반면, TP는 출시된지 10년이 지난(!!!) 노트북의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유지보수가 가능하다. 개인이 노트북에 대한 애정만 있으면 직접 고쳐서 오래 쓸 수 있는 것이다.
3. 좋은 설계 및 이로 인한 좋은 내구성
아무리 과거 IBM시절에 비해 나빠졌다고 한들, 타사 노트북보다 설계가 좋은건 지금도 여전하다. 사실은 1번 이유로 인해 TP를 사게 되었지만, 쓸수록 3번 이유로 인해 만족도가 올라간다.
사진에서 탈부착이 잦은 전원부 및 USB포트쪽에 철가드가 덧대어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포트들의 경우 탈부착 시 생각보다 강한 힘이 들어가는데 이를 잡아주는 가드로 인해 보드에서 포트가 떨어져나가는 현상을 최소화해준다. 노트북을 바꾸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포트의 고장인데, 이러한 포트의 고장을 원천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여 노트북 자체를 오래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노트북 내부의 이러한 장치(?)들 이외에도 노트북의 외부 또한 섬유강화플라스틱을 사용하여 노트북을 만져보면 플라스틱 소재임에도 튼튼한 느낌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면 경량화는 어느정도 포기를 해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라면 경량화를 약간 포기하더라도 TP를 고를 것 같다. 내 PC와 데이터는 소중하니까.
좋은 발열관리 능력 또한 장점이다. 내가 TP에 입문했던 2018년에 인텔에서는 8세대 저전력CPU를 출시하였다. 이녀석의 핵심은 7세대보다 코어 수를 늘려 성능이 향상되었다는 것인데, 문제는 발열도 같이 늘어나 제성능을 내는 노트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TP만큼은 제성능을 내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이외에도 최근 모델에서는 사라졌지만 액체를 쏟았을 경우를 대비한 노트북 내부의 배수로, 안정적인 바이오스, 윈도우 이외의 OS에서의 뛰어난 안정성 등의 장점들 또한 TP를 사용하는 이유에 들어간다. 다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계속되는 노트북의 경량화로 인해 이러한 장점들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배수로는 저전력 라인업에서는 모두 사라졌으며, 경량화가 컨셉인 X1라인에서는 발열관리에 있어 좋은 평을 못 듣는 등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를 계속 듣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비슷한 무게를 가진 타사 노트북들보다는 낫다는데 위안을 두어야 하려나...??
4. 마무리하며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바뀌는지라 TP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 변화가 두려운걸까? 왜 걱정되는걸까? TP의 정체성만큼은 잘 지키며 변화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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